Vol.6 2019.09

VOL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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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독일의 북 블로그 어워드

문항심(독일어 번역가, 독일통신원) 독일어 번역가.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공부하고 대학도서관에서 일한 뒤 지금은 슈투트가르트 근교에 살면서 독일어 책을 한국어로 옮기고 있다. 소설 및 인문서 등 다양한 책을 번역했고 지금도 열심히 작업 중이다. 독일어권 작가들이 좀 더 재미있는 책을 많이 써서 한국 독자들에게 사랑받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요즘 사람 치고 자기 관심 분야의 소셜 동영상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실로 다루어지지 않는 주제가 없다고 할 만큼 갖가지 주제별 블로그나 동영상이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요즘, 독일에서도 이를 이용한 출판업과 독서의 활성화 노력이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북 블로그 어워드(Buchblog-Award)’다.

2017년에 시작된 후 이제는 뿌리를 내려 올해 3년째를 맞는다. 전체 독일어권의 도서 관련 블로그를 대상으로 시상하는데 여기에는 전통적인 블로그 뿐만 아니라 팟캐스트, 동영상 미디어까지 포함된다. 크게 ‘베스트 북 블로그’와 ‘북 블로그 신인상’의 두 부분으로 시상되는데 올해는 ‘베스트 서점블로그’와 ‘베스트 출판사 블로그’가 추가되었다.

독일서적유통연합회와 넷갤러리(출판사 및 도서관련 종사자들의 온라인플랫폼)가 공동 주최하여 상이 가지는 사회적 신뢰도 또한 높다. 8월 말일까지 각 부문 당 독자들의 추천을 거친 열 개의 후보들이 선정되어 그 안에서 전문가들의 평가를 거쳐 최종 수상자가 선정되며 10월에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시상자가 발표된다.

올해는 아직 대상자 모집 단계에 있으므로 여기서는 작년에 상을 탔던 수상자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약 3,000명의 독자들의 추천을 받은 도서 관련 소셜미디어들 중에서 45개의 후보들이 선정되었고 그 중 다시 분야별로 수상자가 결정되었으니 심사위원들에게는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한편 매우 힘들고 고된 작업이었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작년에는 수상 부문이 더 세세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일반 부문, 신인 부문, 연애와 사랑 부문, 범죄 수사물 부문, 판타지와 SF 부문, 어린이 청소년 부문, 문학 부문, 전문서 부문, 기타 부문의 9가지 세분된 부문으로 시상되었다가 올해는 시상부문이 대폭 통합되었고 서점 블로그와 출판사 블로그 부문이 신설된 것을 볼 수 있다.

일반 부문상을 수상한 <leseschatz 책 읽는 보물>는 서점을 실제로 경영하고 있는 책방 주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인데 대략 일주일에 한 번 도서 소개 글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모든 분야의 단행본을 폭넓게 다룬다는 점, 블로거 고유의 개인적 감상을 질 높은 문장으로 풀어내어 많은 공감을 얻은 점이 높이 평가되어 상을 받게 되었다.

그림 1 : 블로그 <책 읽는 보물>의 처음화면. 도서가 놓인 배경을 책의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매번 다양하게 연출한다.

기타 부문에서 상을 받은 일케 자얀 씨의 유튜브 채널 <Buchgeschichten 책이야기>는 2015년에 채널이 처음 개설되었고 아직 구독자 수도 많지 않지만 책에 관한 잡다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보물창고를 보는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 올라오는 이달의 추천도서 영상을 기본으로 이제까지 올라온 영상들의 제목들만 훑어봐도 <하루에 끝낼 수 있는 책 7가지>, <이번 가을에 추천하는 으스스한 이야기>, <세상만사 다 잊고 싶을 때 읽는 책>, <이런 음료수를 마실 땐 이런 책을: 재미로 봐 주세요>(눈병 때문에 본인이 출연할 수 없어 찍은 영상), <런던 문학 여행>, <책방에 가서 신간 구경하기> 등 재미와 정보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영상들로 넘쳐난다.

그림 2 : 유튜브 채널 <책이야기> 중 ‘이번 가을에 추천하는 으스스한 이야기’ 동영상. 데이비드 밴의 『아쿠아리움』, 메리 셸리의 『닥터 프랑켄슈타인』, 제라드 도노반의 『메인에서 보낸 겨울』 등 10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한편 문학 부문을 수상한 블로그 <Bücherkaffee 책카페>는 일단 7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를 지나오면서 단단하게 성장해 그 양과 질에 있어서 따라올 블로그가 없을 정도로, 다뤄지는 타이틀이 폭넓을 뿐만 아니라 첫눈에도 보기 좋은 깔끔한 그래픽을 자랑한다. 한 사람의 블로거가 모든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필자가 팀을 이루며 객원 기고가들까지 제작에 참여한다. 자신의 책 블로그를 따로 운영하는 외부 블로거들까지 필자로 섭외되기도 한다.

이렇게 큰 규모의 블로그이기 때문에 그 장점은 웬만한 문학잡지 못지않은 방대함과 전문성이라는 두 가지 면에서 동시에 나타난다. 주로 신간을 위주로 한 세분화된 도서 리뷰 이외에 화제의 인물과의 인터뷰, 책과 관련된 특이한 주제를 다룬 칼럼 등등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재미난 주제의 글들이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책 vs. 영화’라든가 얇은 문고판 전집인 디오게네스 문고본을 중점적으로 소개한 ‘디오게네스 문고판 특집’등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코너들이 눈에 띈다. 문학과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블로그를 기본적으로 구독해도 좋을 만큼 책에 관한 한 독일어권 내의 스탠다드 블로그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림 3 : 블로그 <책카페> 처음화면. 다양한 글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위에서 소개한 블로거들과 기타 다른 부문 수상자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인터넷 홈페이지뿐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들을 같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각자 자신에게 편한 플랫폼으로 접근하는 만큼, 내용뿐 아니라 그 포맷에서도 다양성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용자들은 그저 올라온 글을 읽기만 하는 수동적인 역할을 벗어나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현하면서 다른 이용자들과 교류할 수 있고 블로거나 크리에이터에게 직접적으로 피드백을 줄 수도 있다.

무슨 책을 읽을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책을 고르는 내 안목에 자신이 없어서 만날 베스트셀러만 뒤적거리지 지겨워질 때, 화제가 되는 책이 어째서 화제가 되는지 알고 싶을 때, 내가 좋다고 혹은 별로라고 생각하는 책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문득 궁금해질 때, 책에 관한 뒷이야기들을 알고 싶을 때, 아니면 그냥 아름다운 책 표지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마음의 위로를 삼고 싶을 때 이런 블로그들이나 동영상 채널에 들러본다면 색다른 즐거움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도서 전문 블로그가 많지 않고 유튜브 등 동영상서비스를 보더라도 책 소개나 비평보다는 책을 읽어주는 채널이 대부분이어서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의 독서생활을 풍부하게 해 주는 좋은 콘텐츠들이 이제라도 조금씩 늘어났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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