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 2019.09

VOL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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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019년도 베이징국제도서전 참관기

김택규(중국어 번역가, 숭실대학교 겸임교수, 중국통신원) 1971년 인천 출생. 중국 현대문학 박사. 숭실대학교 중문과 겸임교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중국 저작권 수출 분야 자문위원. 출판 번역과 기획에 종사하며 숭실대학교 대학원과 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 중국어 출판 번역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번역가 되는 법 / 유유>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이중톈 중국사 / 글항아리>, <죽은 불 다시 살아나 / 삼인>, <암호해독자 / 글항아리> 등 50여 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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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제26회 베이징국제도서박람회>(이하 BIBF)가 지난 8월 21일부터 25일, 5일간 베이징 중국국제전람중심에서 개최되었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볼로냐아동도서전, 런던도서전과 함께 세계 4대 도서전으로 발돋움한 BIBF에는 올해 95개국 국내외 2600여 개 사가 참가했으며 32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그중 해외 참가사는 1600여 개 사로서 60%가 넘었으며 아시아 지역 참가사는 약 53.6%의 비중을 차지했다.

주빈국 루마니아부스에서의 저자 강연

올해 BIBF의 해외 참가사는 50개가 늘었는데 그중 17개 사가 일본, 9개 사가 한국, 7개 사가 미국인 것이 눈에 띈다. 확실히 한중 출판교류가 사드 후유증에서 천천히 회복되고 있음이 감지되었으며 일본 회사 중에서 슈에이샤(集英社), 미국 회사 중에서 DC 코믹스가 처음 BIBF에 참가한 것이 큰 화제였다.

BIBF는 국영기업인 중국도서수출입총공사가 주관하는 대형 국가 행사여서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총 41개국 국내외 431개 사가 참여한 올해 서울국제도서전과 규모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났다. 특히 전시 면적이 뚜렷하게 대비되었는데, 서울국제도서전은 1만8,372㎡인데 비해 BIBF는 무려 10만6,800㎡로 무려 5.81배나 컸다. 또한 BIBF는 이번 도서전부터 거대한 중국국제전람중심의 8개 전시관 전체를 다 사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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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BF의 전체 전시 구역을 개관하면 먼저 동쪽(E) 4개 전시관과 서쪽(W) 4개 전시관으로 양분되며 E1은 해외출판사 전시관과 저작권센터, E2는 아동서 전시관, E3는 북 페스티벌 전시관, E4는 도서관 유통사 구역과 국제그림책전, 국제독서체험전이고 W1은 중국출판사 종합전시관, W2는 주빈국 부스 및 중국 테마별 전시관, W3는 문화상품 전시관, W4는 전자출판관이었다.

올해 새로 추가된 전시관은 W4였는데 중국 웹소설 플랫폼의 대명사 중문그룹(中文集團), 작가에이전시 중문온라인(中文在線), 웹툰 플랫폼 콰이칸(快看), 중문 폰트업체 팡정그룹(方正集團), 오디오북업체 히말라야FM, 모바일교육콘텐츠업체 뤄지쓰웨이(邏輯思惟) 등 쟁쟁한 업체들이 대규모 부스를 차렸다.

하지만 W4 전체를 다 채우기에는 중국 업체만으로 부족해 다소 휑해 보였고, 준비 기간이 부족했는지 관람객이 뉴미디어 출판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설비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는 중국의 주요 디지털출판 기업들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아놓은 데에 만족해야 할 듯했다.

건국 70주년 중국 주요 출판물전

사실 이번 BIBF에 오기 전, 올해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이어서 각종 전시와 이벤트가 지나치게 체제 선전 쪽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덮을 만큼 올해 E2 아동서 전시관과 E3 북 페스티벌 전시관의 기획과 구성은 다채로웠다. 먼저 E2 아동서 전시관 내 ‘BIBF 그림책전’은 책과 전시와 강연, 공연이 하나로 어우러진 일종의 ‘테마파크’였다. 부모가 아이의 손을 잡고 티켓을 끊어 전시 구역으로 들어가면 시간대별로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가 연속해서 진행되었다.

BIBF 그림책전의 이벤트 무대

가수가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는 그림책을 배경으로 청중에게 노래와 율동을 유도하기도 하고, 다양한 그림책 캐릭터 인형을 갖고 아이들이 뒹굴며 놀 수 있는 장소도 있었다. 유명한 그림책 저자들이 진지하게 아동교육에 관해 학부모와 직접 소통하기도 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한 장소에서 동시다발로 연속해서 진행되는 것이 놀랍기 그지없었다.

세계 미식, 미주 도서전

더 인상 깊었던 것은 E3 북 페스티벌 전시관에 조성된 10여 가지의 테마 전시였다. 예를 들어 ‘세계 원예문화 도서전’, ‘세계 미식, 미주(美酒) 도서전’, ‘세계 팝업북전’, ‘5천년 중국건축 도서전’ 등에 가면 관련 콘텐츠의 실물 및 모형과 도서를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베이징 오프라인 테마 서점전’에서는 음악, 미술과 디자인, 고서 등 각기 전문 분야를 가진 베이징 지역 독립서점들이 책과 문화상품을 갖고 나와 개성을 뽐냈다.

심지어 ‘셰프의 주방’이라는 이벤트 구역에서는 요리책의 저자인 유명 요리사들이 30여 가지 주제로 즉석요리를 만들며 관중들에게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물론 그밖에 ‘건국 70주년 중국 주요 출판물전’이나 ‘일대일로(一帶一路) 해외번역 중국도서전’, ‘베이징 동계올림픽 테마 도서전’처럼 체제 선전의 성격을 띤 전시도 있긴 했지만 다른 테마 전시들 덕분에 다행히 전체 분위기가 지나치게 경직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와 같은 E2와 E3 전시관의 다채로운 기획은 수많은 문화상품업체들이 참여한 W3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W2에서는 중국 정부 출판상 수상 도서 전시와, 주빈국 루마니아의 도서 전시, 작가 강연, 출판 합작 행사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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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 뭐니 해도 BIBF의 백미로서 항상 중국 정부와 국내외 참가업체들이 가장 주목하고 주요 성과가 소개되는 구역은 역시 W1 중국출판사 종합전시관과 E1 해외출판사 전시관이다. 중국 500여 개 국영 출판사들이 총출동하는 W1 전시관은 예나 지금이나 기본 골격은 변한 게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로 중국 중앙의 최대 출판그룹인 중국출판그룹 부스가 있었고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추천하는 일명 ‘주선율(主線律) 도서’가 전면에 전시되어 있었다.

이어 깊숙이 걸어 들어가니 중국 각 지역 출판그룹들의 전시관이 예년과 똑같은 순서로 배치되어 있었다. 그래도 올해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해외 수출된 중국 도서들의 전시 공간이 각 출판사마다 더 커졌고 국영 출판사의 자회사로 편입된 민영 출판사들의 전시 참여가 약간 늘어났다는 점이다. 언론과 출판은 이데올로기 영역이며 중국 공산당은 이 영역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재확인시켜주었다.

마지막으로 E1 해외출판사 전시관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홍콩관, 마카오관 그리고 타이완 출판사들의 부스였다. 현재 중국 정부의 관심도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홍콩관은 어느 해보다 크고 책도 풍성했다. 마카오관은 올해 처음 개설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타이완은 현재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데도 어쨌든 개별 출판사 단위로 부스 참가를 했다.

한국은 이번 BIBF에서 모두 50여 개 출판사가 참여하는 한국관을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문학번역원이 공동 운영했다. 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마녀주식회사, 디앤피코퍼레이션, 뷰아이디어, 락킨코리아, 조아라, 엔씨소프트, 한솔수북 등 10개 사가 참여한 한국전자출판관을 운영했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총 12개 기업이 참가한 한국공동관을 마련해 만화, 웹툰 등 콘텐츠 전시와 함께 수출상담회를 진행했다.

중국인민교육출판사와 한국 NC소프트의 그림책 교류회

이번 BIBF에 참가한 한국 저작권 에이전시 담당자 말에 따르면 작년까지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한국 도서 저작권 수출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사드 이후 한국 번역서 출판을 불허했던 중국 출판 당국의 정책이 3년 만에 대폭 완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이기에 반갑기 그지없었다.

다만 이번 BIBF에 부스를 마련해 참가한 한국 출판사들이 거의 다 아동서와 학습서 출판사였다는 점은 우려스러웠다. 문학, 자기계발, 경제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성인 도서 출판사들이 중국 출판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것 역시 사드 광풍의 여파이겠지만 앞으로 중국 출판 당국의 태도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다시 새 전략을 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늘 출판 외적인 영향력에 흔들리기는 하지만 어쨌든 중국은 출판 한류의 변함없는 후보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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