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 2019.09

VOL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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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 받는 일본 서점 ‘분키츠’ 이야기

최준란(길벗 출판사 편집부장)

입장료를 받는 서점이라고? 일본에 그런 서점이 있다는 기사를 읽고 언제 꼭 한 번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드디어 얼마 전 일본 출장을 갔다가 서슴없이 이곳을 취재하러 나섰다.

분키츠(文喫) 서점은 도쿄 롯본기에 자리 잡고 있다. 롯본기는 우리나라로 치면 청담동 같은 동네다. 이 비싼 동네에 어떻게 그런 서점을 감히 냈을까 궁금했지만 실제로 가서 보니 여러 면에서 수긍이 갔다. 작년 12월에 문을 연, 분키츠 서점은 이곳에 새로 생긴 서점이 맞지만 그해 6월까지만 해도 그 자리에는 아오야마 북센터가 있었다.

아오야마 북센터는 그 동네에서 꽤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는데 특히 디자인과 요리 책 등으로 유명했다. 영업시간도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평일 기준)까지 다른 서점에 비하면 늦게까지 열었다. 당시에는 롯본기힐즈 옆에 TV아사히 방송국도 있어서 방송국 사람들이 늦게까지 일하면서 들르는가 하면, 드라마 배경지로 자주 화면에 비치기도 했다. 롯폰기역 바로 앞에서 오가는 이들에게 책을 권하던 이 아오야마 북센터가 리모델링을 거쳐 ‘문화를 누리는 곳’이란 뜻의 서점 분키츠(文喫)로 다시 문을 연 것이다.

분키츠 서점 입구(왼쪽), 분키츠 입구 입간판(오른쪽)

분키츠는 한자로 ‘文喫(문끽)’, 해석하면 ‘글(문화)을 만끽한다’는 뜻이다. 특이한 점은 서점인데 입장료를 받는다는 점이다. 서점 입구에 입간판이 있는데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책과 우연한 만남을 위한 서점(本と出会うための本屋)’. 입구를 지나면 전시장이 있고, 전시장을 지나가면 90여 종의 잡지가 보인다. 그리고 서점 안에서는 차도 마시고, 업무용 회의도 하고, 일도 할 수 있고, 식사도 하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실제로 서점 안은 서점이라기보다는 복합 문화 공간의 기능을 하고 있다.

서점 소개 소책자를 보니 도서관, 열람실, 연구실, 전시실, 다실로 공간이 나뉘어 있는데 가장 안쪽에는 저자 사인회나 워크숍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편한 쿠션도 있어서 누워 책을 보거나 할 수도 있다. 서점 안에는 3만여 권의 책이 진열돼 있는데, 서점 치고는 책이 많지 않지만 책 진열 방식이나 책 한 종 한 종마다 친절한 설명을 붙여놓은 것에서 서점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의 이토 아키라(伊藤晃) 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서점을 열기까지 과정이 궁금합니다.

“출판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닛판(日販: 우리나라 도매상에 해당)이 2년 전부터 서점의 새로움을 고민하면서 프로젝트 팀을 꾸렸습니다. 브랜드는 닛판이 담당하고 운영은 리브로플러스와 디자인 회사 스마일즈가 맡기로 하고 세 팀이 함께 모여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봄부터인데요. 실은 2018년 6월에 아오야마 북센터 롯폰기점이 폐점해 그 철거 부지의 활용책으로 새로운 업태의 서점을 검토하게 되었죠.

당초 정해진 것은 점포명뿐이었습니다. ‘문화를 맛보는 장소’를 표방한 콘셉트 아래 운영 방법에 대한 관계자들의 모색이 시작되었습니다. 현 부점장인 하야시 이즈미(林和泉) 씨(27)도 기획 작업부터 관여해왔습니다. 회원제 서점, 클럽과 비슷한 서점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었지요.

또 분키츠 바로 옆에는 북퍼스트 서점이 제법 크게 자리 잡고 있었고(현재도 존재), 롯본기힐즈에는 이미 츠타야 서점이 있었어요. 이들 서점과의 차별성을 두려면 기존 서점과는 다른 콘셉트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지요. 서적이나 잡지의 판매가 감소하는 중에 비즈니스 관점에서 서점만으로는 채산이 맞지 않아 결국 책과 만날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서 입장료를 받는 시스템을 생각해냈습니다.”

- 직원은 모두 몇 명인가요?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저희가 내건, 입장료 1,500엔에는 ‘커피 3잔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불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책도 1권쯤은 사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숨어 있습니다. 입장료를 받는 대신 커피와 녹차는 무료로 제공하고 알코올이나 가벼운 식사는 유료로 제공합니다. 영업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는 가게 안에 있는 3만 권의 서적을 자유로이 열람할 수 있으며, 마음에 드는 책은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4월부터는 저녁 7시 이후 입장할 경우 ‘나이트 크루징(Night Cruising)’이라고 해서 입장료는 1,000엔입니다.

커피와 녹차는 무료 제공(왼쪽), 다실에서는 테이블 외에도 쿠션 눕거나 앉을 수 있다(오른쪽)

편안하고 느긋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카페, 차분히 책을 고를 수 있는 열람실 등은 여럿이 와서 동료와 책에 대하여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 서적 진열은 예술, 비즈니스 등 장르별로 책장을 구분해 진열했지만, 출판사나 작가 이름을 기준으로 정리하지는 않았습니다. 관심이 없을 법한 책이라도 쉽게 손을 뻗치게 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도서 책장 배열(왼쪽), 열람실(오른쪽)

잡지책을 예로 들면, 잡지가 꽂혀 있는 책꽂이를 열면 과월호 잡지가 아니라 그 잡지랑 연관 있는 다른 단행본들이 있습니다. (실제 입구 쪽에 있는 잡지칸 뒤의 책꽂이를 열었을 때 과월호가 아닌 단행본 4~5권이 놓여 있어서 깜짝 놀랐다. 예를 들면 패션 관련 잡지면 책꽂이에는 옷 수납 책이 있다거나 패션의 역사책이 있다거나 했다.)

오른쪽 책장이 90여가지의 잡지가 있는 곳(왼쪽), 잡지 - 잡지 뒷면에는 과월호가 아닌 연관성 있는 책들이 함께 있다(오른쪽)

점장인 저(37)와 부점장(27), 그리고 직원이 20명 정도 됩니다. 처음에는 직원이 10명 정도였는데 부족하더라구요. 카페도 있고 2층까지 있는 셈이고 교대도 해야 하니 어느새 배로 늘었습니다.”

- 지금까지 6~7개월 운영해왔는데 경영 결과를 수치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인터넷 등에서도 화제가 돼서인지 하루 방문객 수가 많은 날에는 200명 정도 됩니다. 머무는 시간도 3~4시간에서 지금은 5~6시간으로 길어졌고 10시간 이상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재방문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현재 서점 수입은 입장료가 80%, 음식 10%, 책이 10% 정도라 볼 수 있습니다. 이용객은 주로 20~30대입니다. 예술, 영화 관련 책이 많은데 책 판매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 매출액을 물었지만 답변해주진 않았다.)

- 전체 비중에서는 책 구매가 적은 것 같은데요. 예상하신 건가요?

“예상했습니다. 처음에 저희는 책 판매 비중이 2~3% 정도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해보니 처음 2~3%에서 현재 10%~15%까지 나오고 있어서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현재 분키츠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경영 전략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새로운 분키츠 활동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책 판매가 늘고 있습니다. 더 늘어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첫째, 입장료가 중요한 만큼 이곳에 와서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겁니다. 처음에 이곳에 머물던 시간은 대략 3시간이었는데 현재는 6시간 정도입니다. 체재 시간이 늘어날수록 다른 판매(책 판매)도 늘어나는 것을 보고 체재 시간을 늘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중에는 월회원, 연회원 등에 대한 고민도 있는데요. 이 방법은 분키츠 서점을 준비할 때부터 생각했던 방법입니다.

하지만 처음 시작 때부터 실시한 것은 아니고, 지금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기고 패턴이 보여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2019년 8월 20일부터 월 사용료 1만 엔을 선불하는 방식을 적용해볼 예정입니다. 실제 7일만 왔다 가도 이익인 셈이죠. 그리고 1,500엔짜리 1회 사용권 선물권도 있습니다. 법인(法人) 상대로 한 달 5만 엔부터 이용할 수 있는 플랜도 도입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반품 없는 매입입니다. 보시다시피 누구든지 책을 보고 만질 수가 있어서 책이 상하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분키츠는 팔다 남더라도 출판사로 반품하지 않고 전부 구입해버리는(매절) 매입 방법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서점에 근무하면서 서점 및 출판계의 가장 큰 고민이 반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반품할 때도 발송비가 듭니다. 서로 반품이 적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입니다.

그리고 새롭게 준비 중인 것이 있는데, 이곳 장소를 대여하려고 합니다. 화보집 등 사진 촬영할 수 있는 곳으로 대여를 할 예정입니다. 홍보도 되고, 대여료 자체에 수익이 있으니까요.”

- 들어오는 입구부터 독특했는데요, 전시장 같기도 하고 잡지도 많고요. 이곳에 진열되는 책은 누가, 어떻게 선정하나요?

“들어오는 입구가 늘 저희의 고민입니다. 그만큼 입구가 중요하니까요. 어떤 이벤트로 진행해야 할지 월 단위로 기획하는데, 입구 전시 기획이 특히 저희들의 고민이지요. 7월부터는 <大圖鑑展(대도감전)>이라고 해서 비주얼 딕셔너리(VISUAL DICTIONARY)>를 열고 있습니다. 그림 있는 사전부터 그림 없는 사전까지 다양합니다.

대도감전 전시 모습 - 천장이 독특하다(왼쪽), 대도감전 전시 모습(오른쪽)

6월 기획전 <울창전> - 숲이 우거진 녹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6월에 갔을 때는 기획전으로 <울창전(鬱蒼展)>이라고 해서 숲자연 관련 책도 전시한 바 있다.) 그리고 3만 권의 책을 선정하는 일에 주력합니다. 가급적 많은 종류의 책을 제공하기 위해 신간과 구간 각 1권씩만 둡니다. 어느 작가가 참고한 책을 가까이 두거나, 한 편집자와 연관된 책을 놓기도 합니다.

입구에서 왼쪽부터 책장 배치 순으로 따라가 보면 건축, 디자인, 패션, 영화, 음악, 과학, 자연, 비즈니스, 사회, 심리, 종교, 문화, 역사, 철학, 일본문학, 해외문학, 음식, 여행, 라이프스타일로 책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책은 도서십진분류법에 따르지 않고 분야별로 선정합니다. 저희는 월 1회 모여서 회의하고 책을 선정하는데, 어떤 스태프는 요리에 관심이 많고, 또 다른 스태프는 연극하는 사람이고, 저는 예전에 서점에서 지도, 역사를 담당해서 잘 알고 관심이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선정합니다. 워크숍 진행은 부점장이 직접 했지요. 외부에서 초빙할 때도 있지만 직접 하기도 합니다.”

- 지난번에 왔을 때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지만 ‘책 고르기’라는 독특한 워크숍이 있었어요. 그런 기획은 어떻게 하나요? 성공했거나 재미난(?) 사례도 좀 소개해주세요.

“‘책 고르기’ 워크숍은 부점장이 기획하고 워크숍 진행도 부점장이 했습니다. 부점장 하야시 이즈미씨는 2014년도에 닛판에 입사해 분키츠 설립 시 북디렉터로 참여했지요. 워크숍은 이렇게 스태프가 직접 워크숍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고 자신이 직접 진행하기도 합니다.

재미난 사례로는 올 봄에 했던 건데, 다카하시 기리야(高橋桐矢) 씨라는 점술가를 모셔 워크숍을 했습니다. 그분이 손금을 봐주는 거였는데요. 손님이 좋아하는 책을 직접 골라 와서 좋아하는 페이지를 펼쳐보라고 합니다. 그런 다음 좋아하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그 문장으로 점을 쳐주는 것입니다. 그날 워크숍은 상당히 인기가 있었습니다.”

- ‘입장료 받는 서점’으로 알려졌는데 롯본기에 있는 분키츠 외에 다른 지역에 분점을 낼 생각은 있으신지, 그때도 입장료는 1,500엔으로 동일하게 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다른 지역에도 문을 열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습니다. 이곳 분키츠를 운영하면서 계속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저의 솔직한 바람은 입장료를 얼마 받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입장료를 받지 않고 어떻게 손님들을 오게 할까입니다.”

‘입장료를 받는 서점’으로 바다 건너까지 유명해진 분키츠 서점이지만 점장의 목표 역시 ‘입장료 없이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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