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 2019.09

VOL 6

글자크기작게 글자크기크게

동네책방의 시간은 쏜살같고 어려움은 태산 같다 - 서점다이어리

조진석(이음책방 대표)

책방이음 외부(왼쪽), 책방이음 내부(오른쪽)

책방에서 시간은 참 빨리 갑니다. 어제 하루만 해도, 저는 오전 10시 광화문 K문고로 가서 주문 도서를 사 오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신촌 서점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같이 일하는 푸름씨는 오후 3시에서 5시까지 대학로 서점에서 그림책 작가와 만나는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또 저는 오후 5시에 시작하는 출판워크숍을 준비했습니다. 출판워크숍을 마친 후에는 강사와 저녁식사를 겸해 다음 프로그램 진행에 관한 회의를 하고, 되돌아와서는 푸름씨 보고를 듣고 하루 동안 시간대별로 판매된 책과 방문 독자를 확인하고, 결산하니 저녁 10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참 바쁜 하루인데, 10년째 매일매일 이와 비슷한 일정이 이어집니다.

대안학교 꽃피는학교 인턴 김한설씨와 같이

서점에서 일한 지 벌써 10년입니다. 다양한 사람이 찾아오고 수많은 일이 이어지지만, 일은 줄어들기보다는 늘어나고 수입은 늘어나기보다는 줄어드는 현실, 당혹스럽습니다. 특히 책 구하는 일이 나날이 어려워져서, 책 구하는데 들이는 시간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10년 전엔 필요한 책 대부분을 도매상 한 곳에서 주문하고 위탁으로 공급받아서, 한 달 뒤 팔리지 않은 책은 반품하고 팔린 책에 대해서만 결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도서 공급률은 약 68%, 이익률은 32% 정도였습니다.

10년 사이에 거래하는 도매상은 4곳으로 늘어났고, 위탁이 아니라 예치금 또는 현금 결제로 진행되며, 몇 개밖에 안 되던 직거래 출판사는 200개까지 늘었고, 도서 공급률은 약 72%로 오른 반면 이익률은 28%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도매상이 늘어난 이유는 출판사의 매출 감소와 관리 비용 상승으로 거래 도매상 수를 줄이다보니 기존 A도매상에서 구할 수 있던 책을 구하지 못해서 B· C· D도매상과도 거래를 텄기 때문입니다. 2년 전 A도매상 부도가 도매상을 늘린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요즘은 도매상마다 재고 도서와 공급률을 확인하는 게 일과가 되었습니다. 도매상에서 결국 찾지 못한 책은 인터넷서점에서 소비자가로 구매하고 주문을 마무리합니다. 얼마 전부터는 인터넷서점에서 동네서점에 도서를 공급하는 도매상 역할을 알음알음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10년밖에 안 되는 사이에 도매상 한 곳에서 받던 책을 네 곳을 누비며 찾고 인터넷서점에도 주문하다 결국 인터넷서점 도매를 이용해야만 안정적으로 도서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동네책방이 책을 구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그렇지만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이라면 두루두루 아는 이런 내용을 서점을 하기 전에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소비자는 인터넷서점에서 클릭 몇 번에, 할인된 가격에 적립금도 쌓고, 가만히 앉아서 책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서점에서는 책을 더욱 더 수월하게 구할 수 있고, 낮은 가격에 책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난민 포토보이스 프로젝트 사진전

난민 포토보이스 프로젝트 사진전

동네책방을 준비하는 분들이 참여하는 서점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합니다. 출판계가 처한 어려움을 펼쳐 보여주고, 그럼에도 난관을 헤쳐가며 지속해서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강의의 목표입니다. 먼저 저자 이야기를 하면서 수업을 시작합니다.

저자가 받는 인세는 얼마나 되는지 아시나요? 10% 인세를 이야기하는 분이 많습니다. 실상은 책을 300부 이상 사는 걸 구두 약속하고서 학술서를 냈다는 저자, 인세 대신으로 책을 받아 지금 집에 수십 권이 쌓여있다는 저자, 첫 책을 내면서 인세로 3%를 받았다는 저자, 그림책 작가로 5%를 인세로 받았는데 글 작가가 10% 인세를 고집해서 출판사에서 곤혹스러워했다는 이야기, 최소 10%는 받는 줄 알았지만 너무도 제각각인 인세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그렇다면 책을 만드는 출판사는 얼마나 벌까요? 종이 값과 인쇄비를 포함한 제작비와 유통비, 그리고 벌어들이는 수익 대비 임대료와 인건비, 기타 비용 등 지출을 이야기하며 왜 수많은 1인 출판사의 회사 주소가 집으로 되어 있는지에 대해 즉, 임대료조차 아껴야하는 출판사 경영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또 온라인서점에서 신생출판사와 대형출판사를 어떻게 차별하는지를 이야기하고, 대형서점의 수익률 하락과 지역 중형서점의 변신 사례를 듣고 나서, 마지막으로 동네책방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는 책방 문을 열기 전에 출판사가 볼 때, 도매상이 봤을 때, 동네책방이 어떤 곳인지를 알아두고 시작해야 상호 이익 지점을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출판사의 입장이 되어보고 도매상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더 나아가서 도서관은 어떻게 동네책방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살펴보길 권합니다. 그렇게 해야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독자로서, 지금까지 동네책방을 이용해본 경험은 어떠했는지, 대형서점을 찾았을 때 편리한 점과 불편한 점을 이야기 나누고, 온라인서점을 이용했을 때 장점과 단점을 서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동네책방을 한다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방법으로 인건비, 임대료, 공과금을 마련할지 말씀드립니다. 저는 ‘책방이음’을 자주 예로 듭니다.

‘책방이음’은 2005년~2009년까지 개인이 운영하는 서점이었습니다. 2009년 경영난에 처한 뒤, 되살리고자 수많은 대책을 강구했지만 결국 방법을 찾지 못하고 부도가 났습니다. 안타깝게도 책 판매만으로, 책 수익만으로, 책방을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했습니다. 지금이라면 아마도 이런 현실을 잘 알기에, 책만 팔지 않고 커피와 술을 팔고 굿즈도 제작할 테지만 그 당시엔 책만 있는 곳이 서점이었습니다.

더구나 1억이 넘는 채무까지 부담하면서, 공간을 유지하는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세월을 이겨내지 못하고 파산한 것입니다. 서점이 영리 사업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난 지점에서, 비영리로 새 출발한 것이 현재 ‘책방이음’입니다. 시민단체가 공공의 목적에서 운영하는 서점, 한국에서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모델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수익과 생존이 아니라, 책방이 얼마나 공공성에 기여할 수 있는가에 목표를 두었습니다. 먼저 경영 진단을 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꼭 이곳에서만 책을 사고 여기가 지속해서 운영되길 바라며 여기에 애정을 담은 사람이 너무 적었기 때문에 부도가 났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20대와 30대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것이었습니다. 책방 청소부터 책 정리와 주제별 도서 기획전과 도서 계산 등 수많은 일을 자원봉사자가 해서, 우선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가 이곳에서 실현되기 때문에, 책방은 훨씬 탄탄하게 운영될 수 있습니다. ‘책방이음’ 공간 구석구석 이 분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대다수 동네책방 운영자가 한두 명에 불과하고 재정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 참으로 많습니다. 만약 책방마다 자원봉사자가 있으면 책방지기의 일은 덜어지고 책방 공간은 얼마나 풍요로워질지 모릅니다. ‘책방이음’에서는 연 400명쯤 자원봉사를 합니다. 토요일 오후 제가 외부에서 강의하고, 대학로 책방에서 작가와 만남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날 자원봉사자 6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럿이 손을 보태서 일했기에 작가와 만남을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은유 작가와 만남(왼쪽), 한성민 작가와 만남(오른쪽)

토요일 행사는 출판사와 서점에서 공동으로 기획해서 작가를 초대했습니다. 또 미리 역할을 정하고 비용 부담도 나누어서 준비했습니다. 다른 행사는 도서관도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와 서점과 도서관은, 책을 매개로 한 이해관계자이자 독서공동체를 만드는 데 중핵 역할을 하는 주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출판사는 책을 펴내고, 서점은 책을 판매하고, 도서관은 책과 독자가 만나는 장이니, 독서공동체를 운영해야 할 주된 세 축입니다.

아름꿈도서관과 작가만남 협력 사례

출판사는 책을 출간하는 것으로 제 일을 다 한 듯 여기고, 서점은 책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도서관은 책 대출권수만 세고 있으면 독서공동체는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출판사와 서점과 도서관이, 한 뜻으로 하나의 목표를 두고 독서공동체를 함께 만들고 운영하고자 할 때 비로소 책을 펴내도 팔리지 않고, 서점으로 책을 사러오지 않고, 도서관 이용자와 대출권수가 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세 주체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계획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출판사, 서점, 도서관이 펼치는 사업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예산도 많아졌습니다. 그렇지만 출판사와 서점, 도서관을 각각 별도로 지원하는 방법으로는 개별 기관과 각 사업의 역량을 키워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출판생태계가 튼튼해지는 데는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출판 지원을 한다고 그 책의 가치를 서점에서 특별히 높이 치고 더욱 주목하지는 않고, 서점에서 공모 사업을 수행해도 저자 개인 지원에 그치니 출판사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데다, 도서관 사업은 더더욱 출판사나 서점과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것이 많아서 거의 주목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출판사와 서점과 도서관이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수행하는 사업에 더 많은 예산이 지원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되도록이면 정부 예산은 마중물 같은 역할만 하고 각 기관이 자립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정책이 더 근본적으로 필요합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인 출판계의 적폐와 난맥상의 마지막 모습은 동네서점에서 드러납니다. 출판과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는 데 출판사와 도매상과 도서관과 정부기관만이 아니라, 동네책방도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길 희망합니다. 물론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 중형서점이 함께 겪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규모가 작고 매출이 적다는 이유로 동네책방만이 특별히 겪는 설움도 큽니다. 그래서 적폐를 청산하고, 난제를 풀고, 파트너로서 제 역할을 하고자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를 만든 것입니다.

청운문학도서관 강의 준비(왼쪽), 한국의 나무(가운데), '인민의 얼굴 마주보기' 이벤트(오른쪽)

facebook twitter print top

연재물

관련 키워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