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 2019.09

VOL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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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했던 '찾아가는 도서전' 직접 가보니

이정순(가나출판사 에디터)

베트남 시장이 괜찮다는데 한 번 가볼까?

‘찾아가는 도서전’에 대해서는 몇 년 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작권 업무를 했던 터라, 중국에서 시작해 점점 지역을 넓혀가고 있는 이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믿음(?)이 부족했다. ‘뭐 얼마나 실익이 있겠어?’ 하는 마음이 컸달까. 게다가 지금은 기획•편집이 내가 하는 주 업무인지라 굳이 수출 관련 일은 벌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다. 진흥원의 지원 덕분에 비교적 저비용으로 해외 시장에 우리 책을 소개할 기회를 갖는 것이긴 하지만 어찌됐든 비용이 들어가는 일인지라 에디터인 내가 회사를 설득하려면 단순한 ‘홍보 효과’ 이상의 성과에 대한 확신이 어느 정도 필요한데 자신이 없기도 했다.

여하튼 그렇게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던 이 행사에 참가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 건 옛 동료의 추천 때문이었다. 큰 기대 없이 작년에 ‘찾아가는 베트남 도서전’에 다녀왔는데 성과도 있었고 무엇보다 다양한 출판사들을 만나 현지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가볼 만하다는 의견이었다. 결국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일을 한번 벌여보기로 결심했다. 우리 회사가 ‘찾아가는 베트남 도서전’에 참가해야 하는 이유를 정리해서 회사를 설득했다.

그런데 복병이 뙇! 나름 고민 끝에 ‘찾아가는 베트남 도서전’에 참가하기로 결정을 하고 보니 베트남은 성장 시장이어서 다른 지역에 비해 신청사가 많아 경쟁이 좀 있는 편이라고 했다. 그렇다. 신청한다고 다 갈 수 있는 건 아니었던 거다. 순진하게 그 생각을 못하다니. 그럼 가나출판사가 참가할 경우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겠구나 싶었다. 신청서에 넣을 도서 10종에 과감하게 성인서는 제외하고 어린이책으로만 채워 넣었다. 다른 나라엔 수출했지만 베트남에는 팔지 못한 구간 도서를 위주로 하고, 신간은 최소한으로 넣었다. 전략이 유효했던 건지 경쟁이 그리 심하지는 않았던 건지 다행히 선정된 참가사 명단에 우리 회사 이름이 있었고, 그렇게 우리 회사의 첫 번째 찾아가는 도서전 참가가 확정됐다.

베트남 출판 시장 관련 세미나(왼쪽), 비즈 미팅 진행 중인 한국 출판사와 베트남 출판사들 모습(오른쪽)

 

최소의 노력으로 현지 출판사를 만나는 기회

이번에 준비를 하면서 보니 ‘찾아가는 도서전’은 기존의 수출도서전들과 차이가 있었다. 가장 큰 차별점(이자 매력 포인트)은 진흥원의 지원 사업으로 진행되는 행사이다 보니 출판사가 해야 할 일은 정말 최소화된다는 거다. 알고 신청했지만 실제로 경험해보니 이 장점이 훨씬 크게 다가왔다. 보통 도서전에 부스를 낼 때 가장 공이 들어가는 게 현지 출판사와 미팅을 잡는 과정과 전시 부스를 꾸미는 작업 그리고 도서목록 제작이다. 우리 책에 관심을 보일 해외 출판사들 명단을 추리고 담당자 연락처를 찾아 연락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렇게 해도 제안에 응하는 회사는 보통 극히 일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답 없는 제안을 계속 날리면서 초조한 마음으로 미팅을 잡느라 애를 쓰지 않아도 되니 일단 시간과 노력이 1/3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 같았다. 진흥원에서 도서전에 초청할 양질의 베트남 출판사를 선별한 후 양국 출판사간 미팅까지 잡아주는 덕분에 현지 출판 시장을 모르는 상태에서 상대 출판사가 어떤 곳인지도 잘 모르는 채 만나 상담하는 위험이 적은 것도 큰 장점이었다.

진흥원에서 도서전 출발 열흘 전과 이틀 전, 두 번에 걸쳐 미팅 일정표를 보내주었는데, 메일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미팅이 너무 적게 잡혀 있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최종 명단을 받는 순간 그간의 걱정은 씻은 듯 사라졌다. 첫날 오전 세미나를 제외하고 정확히 하루 반나절 동안 진행되는 수출 상담 시간 동안 17곳의 베트남 출판사와 미팅이 잡혀 있었다. 점심시간과 티타임을 제외하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보이는 빽빽한 미팅 일정표를 보고 있자니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홍삼을 꼭 챙겨가야겠구나 싶었다.

도서전에서 소개한 가나출판사 도서들과 이틀간 베트남어 통역을 담당해준 현지 통역관님

 

베트남, 조심스럽게 하지만 너무 늦지 않게

도서전 참가도 처음이지만 여행으로도 가본 적이 없던 나라여서 베트남 출판 시장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찾아가는 베트남 도서전’에서 좋았던 부분 중 하나가 도서전 첫날 오전에 있었던 3회에 걸친 세미나였다. 영향력 있는 현지 출판사와 전자출판사가 베트남 출판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미팅에만 집중된 일정이었다면 보지 못했을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기회여서 유익했다. 세미나와 미팅을 하며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같은 공산권 국가여서인지 중국 시장과 유사하게 베트남 출판사 역시 국영출판사와 민영출판사로 분류되어 있으며, 민영은 국영과의 합작을 통해서만 책을 낼 수가 있는 시스템이었다. 수도인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우리 상황과 달리 베트남의 경우 하노이와 호치민에 출판사들이 비슷하게 분포되어 있고, 대형 출판사들의 경우 대부분 서점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2. 경제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국가여서 우리와 달리 책을 읽는 주 독자층이 15~30세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전까지는 유․아동책 위주로 한국 책을 수입했는데 최근 동기부여형 자기계발서와 위로를 주는 에세이, 육아에 대한 책으로 관심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에 소개할 도서가 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라 생각됐는데, 실제로 큰 기대 없이 핸드캐리로 들고 가 소개한 자기계발서와 에세이에 대한 신청이 꽤 있었다. 우리가 90년대에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기 시작한 것처럼 이들에게도 그런 움직임이 느껴졌는데 그와 동시에 현재 트렌드인 공감과 위로, 소확행 추구형 삶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에세이에 대한 니즈도 공존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3. 출판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저작권 개념이 부족해서 해적판 거래가 정상적인 도서 거래를 능가할 정도로 많다고 한다. 계약이 되기 전에 책이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니 계약을 진행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4. 어린이 그림책의 경우 양장이 아닌 중철 제본 형태로 1천원 정가로 판매되고 있으며 그 외 성인서도 2~4천원 수준으로 책 정가가 매우 낮은 편이라 수출 계약을 하더라도 초판 선인세 금액이 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출 시 수익 면에서는 너무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최근 중국 출판사들이 베트남에 아주 적은 선인세로도 책을 수출하는 사례들도 많다고 하니 다른 나라 수출할 때와 비슷한 수준의 선인세를 고집한다면 계약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

5. 어린이 책의 경우 같은 주제를 다룬 책이라도 신간보다는 거의 10년 전에 나온 구간 도서에 대한 반응이 훨씬 좋은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경제 상황과 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함께 갈 수밖에 없기에 우리나라에서는 10년 전에 나온 책의 그림과 컨셉이 지금 베트남 독자들에게는 더 관심을 끄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에 소개할 때는 꼭 신간 도서를 위주로 할 필요는 없으며 오래 전에 출간된 도서라도 해외 출판권만 확보되어 있다면 소개해 봐도 좋겠다.

서점 아동 코너 및 서점에서 발견한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 베트남판

 

하노이 책거리 (출판사들이 각 점포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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