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 2019.09

VOL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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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와 서점이 공생하는 지점을 찾아서 - 미시마 출판사의 선언을 중심으로

김승복(쿠온출판사, 북카페 책거리 대표)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서 현대시를 전공. 2007년 출판사 쿠온을 설립. 사무소 이전에 따라 2015년 7월 7일 칸다 진보초에 한국어 원서 책, 한국 관련 책 전문 북카페 ‘CHEKCCORI(책거리)’를 오픈했다. 현재 쿠온출판사를 통해 한국 문화와 문학 관련 도서들을 출판하며, 북카페에서는 연 120회 이상의 한국 문화 이벤트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책의 정가를 낮게 하여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구입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정책에서, 적정가를 매긴 뒤 진정으로 원하는 이에게 전달이 되도록 하겠다. 그래서 ‘더 작은 미시마사’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다”

지난 5월 미시마 출판사(ミシマ社)의 대표 미시마 쿠니히로(三島邦弘) 씨가 트위터에 이런 선언문을 올렸다. 다들 놀라 SNS에서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학술서나 전문서가 아닌 일반 문예물이나 실용도서의 정가를 매길 때 일본의 많은 출판관계자들의 경우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이들’ 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게 정가를 낮게 매기는 게 일반적이다. 1000엔이 안 되거나, 1500엔을 넘지 않고, 2000엔이 넘지 않는 가격대를 안전지대로 여기는 것 같다.

그러니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싶다”라는 우아한 말 속에는 싸게 많이 만들어 많이 팔겠다는 숨은 속셈이 담겨 있다는 것쯤은 읽을 줄도 알아야 한다. 이런 분위기에 대놓고 “좀 비싸더라도 꼭 사줄 사람들이 보는 책을 적게 만들어 팔겠다”고 선언을 했으니 당연히 일본 출판계가 놀랄 수밖에.

미시마사에서 간행하는 도서는 기본 초판 부수가 6천부쯤 되지만, 이 ‘더 작은 미시마사’에서는 초판 1천~3천부로 가되 서점 공급률을 55%에 매절로 선언했다. 미시마사는 지금까지 중간 유통을 끼지 않고 서점과 직거래(공급률 70%, 위탁 판매도 가능)를 해왔다. (중간 유통을 끼게 되면 서점의 이익률은 20여 퍼센트인데 일본 서점의 대부분이 이런 구조이다) 55%의 매절 거래란 위탁판매가 아니니 팔 의지가 있는 곳에서 반품하지 않고 팔 만큼만 주문해서 출판사도 서점도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이 제안은 출판사와 서점의 공생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시마사는 2006년에 미시마 대표가 혼자 설립해 지금은 13명이 함께 일하는 조그만 출판사이다. 그러나 이들은 늘 출판계의 이상한 구조에 반기를 들고 행동하는 모습으로 독자들을 이끌어가고,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출판사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서점들과 직거래를 선언한 뒤 지금까지 꾸준하게 지켜오고 있다. (적은 직원 수로 수천 개 서점과 직거래한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또한 출판사가 도쿄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에 반감을 느끼고 출판사 일부를 교토로 옮겨 활동을 지속하고 있기도 하다. 책을 만드는 곳은 출판사이고 책을 파는 곳은 서점이니 둘은 직접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데다, 출판사가 수도권에만 몰려 있어서는 지방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에서 그렇게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

작은 출판사이지만 여기서 낸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많다. 철학자인 우치다 다츠루 (内田樹)의 책이나 에세이스트 마스다 미리(益田ミリ)의 책은 나오기가 바쁘게 한국에도 번역 출판된다.

13여 년간 이들이 만든 책들을 새로운 시스템으로 불러내 유통시키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위탁과 매절이 혼재된 지금 실정에서 모든 책을 55% 매절로 돌리겠다는 미사마의 방침에 반대한 서점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미시마 대표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다시 한번 출판계에 반기를 들어 출판계의 건강을 검진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 작은 미시마사’는 지난 7월 1일에 출범해 이미 2권의 책을 선보였다. 싱어송라이터로도 유명한 교토의 작은 카페 주인의 시와 일러스트가 어우러진 『랑벨마이유 커피점』과 오사카에 거주하는 12명의 오사카 사람들, 말, 음식, 라쿠고, 소스, 오사카성, 도쿄와의 비교 등을 담은 『나카노 교수의 이제 오사카 이야기를 좀 해보자』인데 입담이 실로 대단하다.

『랑벨마이유 커피점』 2,376엔. 32쪽

『나카노 교수의 이제 오사카 이야기를 좀 해보자』 2,052엔, 336쪽

미시마사의 용감한 시도가 부디 목적을 달성해 일본 출판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으면 좋겠다. 사실은 내가 운영하는 출판사 쿠온도 서점과 직거래를 시도했다가 많고 많은 벽에 부딪혀 꼬리를 내린 적이 있다. 개혁은 어느 정도 피를 각오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지 못했던 나의 미숙함과 일본 출판계의 철옹성에 대해서는 언제 기회가 된다면 따로 소개하고 싶다.

미시마사가 ‘더 작은 미시마사’라는 브랜드로 ‘서점과 출판사의 공존공영 지점을 찾았다!’라고 선언하는 모습을 조만간 한국 출판 관계자들에게도 전할 수 있게 되기를.

2017년 미시마사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러 가서 찍은 기념사진.
(왼쪽이 미시마 대표. 가운데가 필자. 오른쪽이 편집 담당하는 호시노씨. 11주년에 하는 10주년 기념식이라는 제목이 위에 있었는데 사진에는 찍히지 않음. 정작 10주년 때는 잊어버리고 있다가, 11주년에 10주년 기념식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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