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 2019.09

VOL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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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렴한 문고본이 없나요?

조성웅(유유출판사 대표)

문고본이 뭔지 사전을 찾아보았다. “문고 형식으로 간행한 책.” 핵심이 되는 단어 ‘문고’의 뜻을 다시 찾았다. “출판물의 한 형식. 대중에게 널리 보급될 수 있도록 값이 싸고 가지고 다니기 편하게 부문별, 내용별 등 일정한 체계를 따라 자그마하게 만든다.”

문고본의 정의에 ‘값이 싸다’는 말이 들어 있다. 그러니까 독자들은 문고본이 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이 글은 ‘왜 저렴한 문고본이 없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한 소규모 출판업자의 비딱한(?) 답변이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문고를 찾아보았다. 시리즈 명으로 ‘문고’라 붙인 책들은 빼고 사전의 정의에 명실상부한 책들로. 먼저 떠오르는 건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고전세계, 세계문학의 세 가지로 나뉘어 출간되고 있다. 가격도 4,900원부터 10,000원 내외로 저렴하고 300종 가까이 나왔다. 역사, 실용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살림지식총서는 500종을 훌쩍 넘겼고, 가격은 3,300원으로 시작해서 현재는 4,800원이다.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데쿠메르 시리즈를 번역한 시공디스커버리 총서도 최근까지 140종을 넘어섰고, 7,000~8,000원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질 좋은 화보를 보는 맛이 좋고. 최근에 눈에 띄는 문고는 민음사의 쏜살문고. 현재 40종가량 나와 있는데, 안정적인 콘텐츠와 감각적인 디자인이 장점이다. 가격은 5,800원부터 9,800원대까지.

교양서를 만드는 나의 눈에 띈 문고본을 떠오르는 대로 적어 본 것이지만 문고본을 내는 출판사가 그리 많지는 않고 대개는 자본력과 브랜드를 가진 큰 출판사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규모의 경제다. 수요가 많은 상품일수록 저렴한 가격을 매기기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나 같은 교양서 편집자(겸 작은 출판사 대표)에게 문고본은 ‘로망’이다. 다양한 주제와 알찬 내용을 담은 책을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어서 독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출판도 엄연히 장사다. 아무리 값싸고 좋은 책을 만들어도 그 책이 팔리지 않으면 출판사는 지속할 수 없다.

문고본의 출간과 유지를 위한 기본 조건은 손익분기를 넘기는 꾸준한 판매다. 문고본 출판을 문화 선진국의 척도처럼 이야기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저자들이 있어야 알찬 문고본이 나올 수 있고, 그 문고본을 사서 꾸준히 읽어주는 독자들이 있어야 이런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림 1> 땅콩문고


작은 출판사 유유도 문고를 낸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독자가 세상을 배우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기획한 땅콩문고다. 씨앗이면서 열매인 땅콩 같은 알찬 콘텐츠를 만들어보겠다고 붙인 이름이다.

『책 먹는 법』, 『어린이책 읽는 법』, 『서평 쓰는 법』, 『어린이책 읽는 법』, 『동화 쓰는 법』, 『번역가 되는 법』 등 쓰기와 읽기를 중심으로 한 책들을 내 왔다. 200쪽 내외의 얇은 책이지만 가격은 만 원으로 정했다. 문고본의 정의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비싸다고 느낄 법도 하다. 허나 원자재와 제작비는 갈수록 올라가고, 책을 꾸준히 읽는 독자의 수는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출판사를 유지하려면 ‘비싼’ 가격을 붙이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매개로 하는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책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노고와 비용도 감안해야 하고, 이 책을 읽을 독자가 얼마나 되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런 작업을 거친 후라야 책이라는 상품에 적절한 가격을 매길 수 있다. 내용이 다양하고 알차면서도 저렴한 책을 읽고 싶은가?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다. 당신이 책을 사고 꾸준히 읽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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